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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를 뽑지 말라


집을 관리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에 하나는 단연 잔디관리일 것 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물도 잘 줘야 하고 거름도 줘야 하고 잡초도 제때 뽑아 줘야 합니다. 한국에서 필자의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한 달간 미국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신데 두 어른이 밭을 일구는 취미가 있으셔서 그런지 잡초가 자라는 것을 눈을 뜨고 보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침에 해가 뜨기 무섭게 집 앞뒤에 있는 잡초들을 뽑으시고 정성껏 잔디를 심고 물을 주셨습니다. 두 어른 덕분에 필자는 아름다운 잔디정원을 같게 되었습니다. 두 분이 한국으로 돌아 가실 때 잡초를 제때 뽑아야 한다는 사명을 주고 가셨는데 그 이후로 필자의 가족들은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섯 살 된 막내아들 녀석이 엄마를 도와주겠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잡초를 뽑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잡초를 뽑은 게 아니라 잔디를 계속 뽑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의 눈에는 도대체 무엇이 잡초인지, 무엇이 잔디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아이의 손에 뽑혀 있는 잔디를 쳐다보는데 그 순간 필자의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가라지를 뽑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 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천국비유를 설명 하셨을 때 천국은 마치 좋은 씨를 밭에 뿌린 사람과 같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런데 좋은 씨가 자랄 때 원수가 뿌린 가라지도 함께 자란다고 말씀 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함께 자란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또한 말씀 하십니다. 곡식이 더 잘 자라고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가라지를 뽑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말씀 하셨을까요?

바로 우리들의 미성숙함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한다고 말씀 하십니다. (마 13장 29절) 사람의 눈에 볼 때는 분명히 가라지인데, 하나님이 보실 때는 아직 익지 않은 곡식 일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사람의 영혼과 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분별력과 성숙함이 없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선지자 사무엘 또한 하나님께서 친히 택하신 다윗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필자의 교회에 방문하셨던 어떤 성도는 교회만 가면 상처를 받아서 하나님은 좋은데 교회는 싫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눈에는 가라지만 보입니다. 그리고 가라지가 보이면 뽑지 못해 안달입니다. 나름대로 교회를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가라지를 뽑는다고 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아직 익지 않은 알곡이 뿌리 채 뽑혀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엄마 아빠를 돕겠다고 잡초를 뽑다가 한가득 귀한 잔디를 뿌리 채 뽑은 아이의 모습은 마치 하나님을 위해 일한다고 형제 자매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우리들의 미성숙함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요.

예수님은 가라지를 그냥 두시지 않으시고 뽑혀야 할 때가 있다고 말씀 하시는데, 가라지는 사람의 손에 의해 뽑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추수군들을 통해 뽑으신다고 하십니다. “내가 추숫군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 (마 13장 30절) 가라지를 뽑기 위해서는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는 일이 선행됩니다. 그 구별은 사람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입니다. 교회의 사명은 가라지를 구별하고 뽑는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씨를 뿌리는 일보다 가라지를 뽑는데 오히려 열심을 냅니다. 정통 교리에 조금이나마 벗어나면 이단으로 뽑아 버리고, 형제의 허물을 보면 공동체에서 뽑아 버리려고 하고, 심지어 교회는 아직 익지 않은 목회자를 가라지 삯군으로 둔갑시켜 내좇아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성도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으며 심지어 믿음에서 떠나기도 합니다. 교회가 세상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의 사명은 천국복음의 좋은 씨를 땅에 뿌리는 것이고, 가라지와 곡식에 대한 판단을 오직 주권자 되신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손해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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